[문학캠프 참가한 황석영ㆍ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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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 "현재가 한국문학의 마지막 중흥기"

(순천=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방북사건으로 교도소에 있을 때 은희경 씨의 장편 새의 선물을 처음 읽었습니다. 세태를 풍자하면서도 그 속에 따뜻함이 있었어요."

"황석영 선배의 문체는 건조하면서도 힘차고 아름다워요. 대학생 때 처음 글을 읽었는데 전율을 느꼈죠. 이 자리에서 문학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니까 긴장됩니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지난달 실시한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온라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황석영(64)씨와 장차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우리 작가로 뽑힌 은희경(48)씨가 13일 오후 전남 순천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두 작가는 예스24와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독자 200여 명과 함께 하는 문학 캠프에 참가 중이다.

이날 자리는 두 작가의 기자 간담회였지만 선 굵은 역사소설을 써오면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왔던 황씨에게 질문이 집중됐고 후배 문인인 은씨는 주로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황씨는 "은씨의 새의 선물을 읽고 손이 차가운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다고 합니다라는 말을 적어 보냈다"며 "항상 변화하는 은씨의 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씨는 "황 선배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글을 썼다"며 "절대로 만족 안 하고 당대에 대해 계속 말씀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평했다.

황씨가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꾸린 면회 대표단에 은씨가 신인 작가로 포함돼있었다고 한다.

은씨는 "그때 1인당 500원으로 영치금이 제한돼있어 500원을 들고 감옥에 찾아갔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황씨는 이날 간담회 내내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먼저 한국문학이 서사를 회복했으며 당대 문제를 다루고 있어 제자리를 잡았다고 평하면서도 요즘을 침체기가 아닌 마지막 중흥기라고 바라봤다.

작가들의 연령도 다양하고 수준 있는 창작집이 잇따르고 있으나 소비문화 시대에 신인은 평가를 받기 전 사라지고 진지함을 추구하는 원로는 그런 분위기에 스스로 문을 닫아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올해와 내년에 한국문학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고 밝혔다.

황씨는 또 "인터넷서점이나 대형 서점 모두 대중문학과 본격문학을 섞어 베스트셀러로 서열을 세우고 있다"며 "본격문학에 대한 가치기준이 없어졌다"고도 비판했다.

황씨의 생각은 한마디로 "문학적 가치가 없는 작품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잘 나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대중문학"이라는 주장이다.

문학이 이렇게 된 것은 "대중에게 게으른 우리 문인들 잘못"이며 "밀려오는 산업자본주의의 흐름에 거슬러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국내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것 대단한 상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매년 한국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여부에 대해 "각 매체가 소동을 벌이고 있어 창피하다"고도 덧붙였다.

황씨는 "노벨 문학상은 서구 중심주의 시각에서 수상 작가를 선정하고, 정치적으로 수상자를 배려한다"고 바라봤다.

그는 "우리 문학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본격문학을 제 궤도에 올려야 한다"며 "중국과 일본 문학보다도 우리 문학이 월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고 문인까지 포함하면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가 국내에서 20여 명은 될 것"이라며 "우리 문학이 이제 끝났다고 일본소설을 읽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가 변하고 있고, 노벨 문학상은 정치적으로 배려하는 상이니까 그 상이 우리에게 가까이 온 것은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황씨는 "르 클레지오 등 대가들이 주로 원고지 600-700장의 중편소설을 쓰는 것이 요즘 문학의 세계적 추세"라며 "문학 자체가 콘텐츠화되고, 젊은 사람의 성향과 맞아 떨어져 그런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황씨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대중과 얘기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 납득하며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씨는 또 "무고한 사람에 대한 납치는 휴머니즘에 대한 범죄"라면서 "선교이든, 이웃돕기 차원이든 간에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나 동질성을 못준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달 말로 예정된 것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돼 다행"이라며 "북한이 핵 폐기 절차를 밟으면서 경제를 통합하고, 이를 통해 한국이 아시아에서 중요하고 큰 나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어갈 차기 정권이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 가을 프랑스에서 돌아와 국내에 체류할 예정인 그는 "지낼 곳이 결정되면 문인들의 집필을 지원하는 글방이나 연수장 등 문인이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전남 구례군에 자신이 문학촌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식과 관련, "현재 전국 4-5곳에서 요청이 들어와 어느 곳으로 정할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일뿐 거처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판계 관계자가 구례에 내 명의로 땅을 매입하기는 했지만 그곳은 후보지 가운데 하나일뿐"이라며 "아직 다른 후보지에 대해서는 검토도 못한 상태여서 확정할 때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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