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혁 학자 국가정체성.대북정책 난상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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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햇볕정책이 돈으로 평화를 사는 것인가?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하지만 햇볕정책이 평화를 샀다고 할 수 있는가? 전혀 도발할 수 없는 억지상태를 만드는 게 평화다(정옥임 선문대 교수)"

"어떻게 한번에 패키지로 다 살 수 있나? 조금씩 사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완벽한 평화는 오지 않았지만 과거처럼 대결정책만 고집했다면 이만한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조국 서울대 교수)"

뉴라이트 학술단체 자유민주연구학회 주최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동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국가 정체성과 대북정책을 주제로 남남통합을 위한 보혁 대토론회가 열렸다.

보수진영을 대표해 강경근 숭실대 교수, 유호열 고려대 교수, 정옥임 선문대 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원장이 참석하고 진보진영에서는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 이승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집행위원장, 조국 서울대 교수, 김귀옥 한성대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양측은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이며 양 진영의 큰 인식차를 재확인했다.

이날 토론 주제는 크게 ▲국가 정체성 ▲대북정책 ▲남북 정상회담 등 3가지 였으며 발제문 없이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 국가 정체성=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관련해 보수 학자들은 심각한 국가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진보적 학자들은 정체성의 재구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건국 직후 3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이런 위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이라는 체제가 위험에 처하고 있다"며 "이는 7천100만 한민족 전체를 60년 전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기"라고 역설했다.

반면 조국 서울대 교수는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항상 변화해 왔다"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말은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체성 재구성을 위한 갈등이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지금이 70년대라면 민노당 수뇌부는 모두 사형당하고 머리를 기른 대학생은 잡혀가고 고등학생은 집체훈련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인가. 버려야 할 게 무엇이며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하는가를 모색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 대북정책 = 대북정책에 관한 토론은 자연스럽게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참석자 대부분은 큰 틀에서 햇볕정책 혹은 대북 포용정책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은 "통일은 어떤 지점에서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통합으로 나가는 과정으로 보는 게 햇볕정책의 입장"이라며 "봉쇄ㆍ압박을 통해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그 방안도 선택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광동 나라정책원장은 "햇볕정책의 성패는 북한인권의 개선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며 "1998년 김대중 정부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북한의 인권상황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뿐만 아니라 서해교전이나 북핵문제에서 보듯 햇볕정책은 남북 간 긴장완화나 평화정착에도 실패했다"며 "다른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또 대북경제지원에 대해서도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조국 교수는 "햇볕정책, 즉 대북경제지원은 돈으로 평화를 사는 것으로 본다"며 "돈을 주는 방식과 절차의 투명성 등은 비판할 점이 있지만 그 기간 동안 국력이 높아지고 북한에 비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우위가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대부분의 연구 결과 햇볕정책 시행 이후 북한의 인권수준이 개선되고 남한에 대한 동경은 증가한 반면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의식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흡하지만 이 정도 개선을 이끌어 낸 것도 햇볕정책의 공"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유호열 교수는 "정책당국자가 돈으로 평화를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것을 사야한다"며 "햇볕정책은 잘못된 계층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햇볕정책이 북한 체제 유지 등 북한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간다면 4억5천만 달러를 들여 노벨평화상을 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근 교수는 참석자 중 유일하게 햇볕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돈으로 평화를 산다는 주장은 동네 불량배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달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역설했다.

◇ 남북정상회담 의제= 보수진영 학자들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반도비핵화 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따른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해 논박이 오고 갔다.

유호열 교수는 "북핵문제야 말로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의제"라고 강조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핵문제를 담판짓고 비핵화공동선언을 파기한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조국 교수는 "그 말은 회담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아주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 역시 "지금 북한에 한국전쟁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한다면 회담이 성사되겠느냐"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에서 남북사이에 평화의제가 부활됐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 목표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옥임 교수와 김광동 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어떤 선언문이 나오든 기존의 평화선언 이상의 내용은 나올 것이 없다"며 "오히려 남북기본합의서 같은 기존 선언을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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