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심사 맡은 ABC 앵커 리안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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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의 스테레오 타입 깨고 싶었죠"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아시아계 미국인은 경계를 넘어 서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미국 내에서 아시아의 목소리를 낼 수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영화제를 통한 교류는 중요합니다."

역시 TV 앵커답게 그는 당당하고 거침없는 언변을 자랑했다. 유색인, 특히 아시아인으로서 미국 메이저 방송사에서 앵커로 자리매김한 그는 질문이 필요 없을 만큼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기자회견을 끌어나갔다.

1996년부터 미국 ABC 샌디에이고지국인 KGTV의 앵커로 활약 중인 한국계 미국인 리안 킴이 2007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의 심사위원을 맡아 내한했다. 그런데 그가 EIDF의 심사위원을 맡은 배경은 따로 있다. 그는 샌디에이고 아시아 영화제(SDAFF)를 창설하고 8년째 집행위원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영화인이기도 하다.

27일 오후 서울 도곡동 EBS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안 킴은 "한국을 마지막으로 찾았던 것이 10년 전 신혼여행 때였는데 결혼 10주년인 올해 다시 찾게 돼 무척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에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 때인 1971년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한 후 기자가 됐다. 같은 한국계 미국인 남성과 결혼, 두 아들을 뒀는데 그 중 한 아이는 한국에서 입양했다.

에미상이 수여하는 탐사보도상을 비롯, 캘리포니아 교사협회의 교육보도상, 캘리포니아 시카고 뉴스 미디어협회의 최우수 뉴스보도상 등을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신에 대해 소개해달라.

▲한 살 때 미국으로 가서 시카고에서 자라났다. 자라면서 아시아인들을 TV나 영화에서 거의 볼 수 없는 현실을 깨달았고 한국인, 아시아인으로서 다른 미국인과 내 자신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 느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을 대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저널리즘을 전공해 아시안 커뮤니티를 돕고 알리는 역할 하고 싶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영어를 잘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깨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방송 경력에 대해 소개해달라.

▲워싱턴 근교의 한 라디오방송국에서 기자를 시작했다. 이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TV 기자를 시작했고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서 유색인종으로는 최초로 NBC 앵커로 발탁됐다. ABC에서는 샌디에이고로 옮기면서 12년 전부터 일하고 있다.

--어떻게 영화제를 만들게 됐나.

▲ABC 뉴스를 보도하면서 아시아 소식을 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 같은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아시아 뉴스를 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 물론 조승희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보도를 위해 많이 싸웠다.

방송 일을 하면서 아시아인들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는 것을 느꼈고 예술인들을 위한 장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아시아인들을 알게 되면서 아시아의 이야기와 감독들로 구성된 포럼 같은 것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샌디에이고 아시아 영화제(SDAFF)를 만들게 됐다.

--SDAFF 창설은 어떤 의미가 있나.

▲재미동포의 문화, 한국과 아시아의 문화를 미국에 알리는 데 아주 좋은 기회다. 미국 TV나 영화에서는 접할 수 없는 아시아 영화를 통해 아시아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SDAFF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전환하는 데 매우 중요한 페스티벌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아시아인을 오로지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으로만 본다. 그러나 아시아는 훨씬 많은 언어와 피부색, 종교로 구성돼 있지 않은가. 영화제에서는 매회 12~17개 아시아 국가의 영화를 초청하는데 관객은 자신들의 시각을 확대할 수 있는 점에서 우리에게 고마워한다.

물론 우리 영화제의 관객은 주로 아시아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시아인들도 각자 자기 나라의 영화만 보려고 한다. 한국인은 한국영화만, 중국인은 중국영화만 보려고 한다.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경계를 넘어 서로를 바라보길 원한다. 나라별로 따로따로 놀면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의 파워를 만들 수 없다. 아시아는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아무런 공통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다.

SDAFF는 백인 관객도 중요하지만 아시아인들에게도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과 함께 우리는 결국 형제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EIDF 심사위원을 맡은 소감은.

▲무척 기쁘다. TV 뉴스 저널리스트로서 나 역시 매일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샌디에이고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매일 몇 시간씩 다큐를 만들고 전달한다. 그런데 난 몇 시간씩을 할애하지만 EIDF에 출품된 작품의 감독들은 몇 년씩을 쏟아부어 한 작품을 만든다.

세계적으로도 다큐 페스터벌은 드문데 이런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내게 매우 의미 있고 훌륭한 기회다. 기자로서, 영화인으로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EIDF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일반인이 평소 접할 수 없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과 함께 EIDF의 가장 큰 의미는 접근성(access)이다. 일반영화제는 극장의 크기가 관객의 수를 좌우하는데 EIDF는 극장뿐 아니라 TV를 통해서도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에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사람이 수백만 명을 넘어선다. 그것이 다른 영화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샌디에이고 아시아 영화제만 해도 415석 규모의 극장이 가장 크기 때문에 한번에 415명만이 작품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EIDF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EIDF의 혁명적이고 대단히 특별한 점이다.

또한 한국 사람들은 때때로 너무 한국적인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페스티벌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한국 사람들이 알게 된다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유색인으로 미국 방송가에서 일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스프링필드에서 NBC 일을 시작한 지 2주 됐을 때 누군가 나를 향해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을 담에 써놓았다. 유색인은 방송에 나오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그걸 보고 주변에서는 무척 걱정해줬지만 난 오히려 괜찮았다. 난 도전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또 아시안들은 날 보고 넌 너무 하얘(White)라고 하고 백인들은 넌 동양인이야라고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긴 힘들다. 그러나 그런 것이 바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스프링필드에서 일할 때 한 친절한 여성이 방송국을 통해 "리안 킴에게 눈썹을 너무 높게 문신했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난 문신을 하지 않았다. 그 여성은 나처럼 눈과 눈썹 사이의 간격이 넓은 동양인을 처음 봤던 것이다.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큰 사건을 다룰 수 없을 것 같다는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강도, 방화, 살인 등의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이 싸워야 했다. 내게는 주로 가족, 교육, 커뮤니티 소식을 전하게 했는데 흑인이나 백인, 남미 계통 여기자들에 비해서 동양인 여자들은 터프한 소식이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편견이 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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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2007.09.01 06:11共感(0)  |  お届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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