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독-폴란드 교과서委 이끈 자콥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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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교과서도 역사적 사실 파악 가장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폴란드 학자들과 공동 역사를 논의하는 작업은 독일 역사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저쪽의 역사를 배우니까 우리 역사도 새롭게 보였습니다"
독일과 폴란드는 제2차세계대전 후 심각한 영토 갈등을 겪었다. 전쟁에 패한 독일은 동부 영토의 상당 부분을 폴란드에 넘겼다. 독일인은 이를 두고 폴란드가 독일 영토를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폴란드인은 조금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땅은 본래 폴란드인이 살던 곳이라고 맞섰다.
독일과 폴란드의 영토 갈등은 1970년 독일-폴란드 영토 협정(WARSAW 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상당기간 계속됐다.
영토를 두고 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독일과 폴란드는 역사를 선택했다.
1976년 두 나라는 독일-폴란드 교과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교과서위원회는 20년 만인 1996년 양국 공동의 역사 교과서 핸드북을 출간했다. 위원회는 지금까지도 핸드북의 내용을 수정ㆍ보완하고 있다.
볼프강 자콥마이어 베스트팔렌대 교수는 1978-1991년 교과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14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제1회 역사NGO세계대회 참석차 방한한 자콥마이어 교수를 만났다.
자콥마이어 교수는 "역사적 사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사람은 자기가 피해자라고 하고 폴란드 사람 역시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서로 자기 역사에 비춰보면 너희가 나쁜 쪽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 과거에 일어난 일을 정확히 아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교과서 위원회가 발간한 핸드북에는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수록했다. 역사의 진실을 모른채 고집스러운 주장을 펼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기존의 양국 교과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독일과 폴란드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했지만 조약은 파기됐다고 가르칩니다. 독일과 폴란드의 학생들은 서로 너희가 배신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약의 내용과 당시의 배경, 협상에 참석한 사람들의 생각 등을 모두 살피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핸드북은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교과서위원회가 출범한 1976년은 영토 갈등이 한창 달아올랐을 때다. 극우민족주의자는 물론 중도우파 정당도 교과서위원회의 활동이 매국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에 사설도 기고하고 TV와 라디오에도 많이 나갔습니다. 공동 교과서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고 우리 생각과 상대편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반대하던 사람도 차츰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자콥마이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 교과서 작업도 역사의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사문제의 성격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서로 모르는 경우일 수도 있고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예로 들자면 사실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른 경우입니다"
그는 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위원회 멤버의 선출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학문적인 지식만이 아니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위원회에 참여할 정도면 자기 역사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의 전문가일 겁니다. 하지만 자기 것을 안다고 상대의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도 거둘 수 없을 겁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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