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고려인 마을에 내린 사랑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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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보건대 5일간 무료 의료 봉사

(파르티잔스크러시아 연해주=연합뉴스) 왕길환 김병규 기자 = "머리에서 어깨, 허리, 엉덩이, 다리까지 온 몸이 욱신욱신했는데 이제야 시원허니 좀 살것 같네"

15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연해주 파르티잔스크시 고려인문화센터.

블라디보스토크시에서 자동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이곳에는 여기저기서 `기분좋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구보건대학 교수 4명으로 구성된 의료 봉사팀은 19일까지 진행될 의료봉사활동을 이날 오전부터 시작했다.

봉사팀이 이곳의 고려인들에게 줄 `선물은 물리치료와 시력검사, 그리고 안경 증정을 통한 `밝은 세상이다.

센터 내부가 마을 사람들이 내지르는 탄성으로 소란스러운 것은 봉사팀이 시술하고 있는 물리치료 덕분이다.

이날 오전에만 봉사팀으로부터 치료를 받고 돌아간 사람은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점심시간도 잊은 채 물리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서현규(물리치료과) 교수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다.

재작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이곳으로 재이주했다는 고려인 3세 발레리 김(53)씨는"뼛속 마디마디가 다 아팠는데 `선생님들이 도와줘서 통증이 싹 없어졌다"며 서 교수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하지 않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현장 기술자였던 그는 이 사고로 장애인 판정까지 받았지만 가난한 형편상 병원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온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졌다. 특히 허리 아픈게 싹 가셨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던 그는 "봉사팀이 있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를 받으러 올 것"이라며 얼굴에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말이 서투른 클라라 리(50.여)씨는 어깨를 가리킨 뒤 날갯짓을 하며 "내일은 남편과 같이 올 것"이라고 기뻐했다.

서 교수는 "원래는 오전 9시부터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었지만 새벽부터 50여명의 주민들이 몰려드는 통에 1시간 일찍 치료를 시작했다"며 "고려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악한 의료환경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다른 한 켠에서는 테이핑 치료가 한창이다. 테이핑 치료는 테이프를 몸에 붙여 균형을 잡아주는 방법으로 잘못된 몸 상태를 교정해주는 치료법이다.

고려인 대부분이 우리말을 잘 못해 봉사단과 환자들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은 상당부분 손짓 발짓으로 이뤄진다.

치료 전 몸의 균형 상태를 보기 위해 양 팔을 벌리고 다리를 들어보라며 시범을 보이던 김상수 교수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따라하던 고려인들은 웃음을 터뜨리기에 바빴다.

`카레이스키(고려인) 친구와 함께 치료를 받으러 왔다는 러시아인 예카체리나 하멘코(60)씨는 "몸에 테이프를 붙였을 뿐인데 쑤시던 허리가 말끔히 나았다"며 서투른 영어로 `베리 굿(Very Good)을 외쳤다.

봉사팀은 마을 주민을 위해 치료 도구 외에도 한방 파스 500장과 구충제 500환을 준비했으며 안경 300개를 가져와 시력에 맞춰 나눠주기도 했다.

광활한 러시아의 특성상 이 곳 사람들은 가까운 글씨를 보지 못하는 원시를 겪고 있지만 형편상 안경을 장만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안경이 흐린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 최고의 선물인 것은 이 때문이다.

시력검사때 "뿌옇게만 보인다"며 손사래를 치던 예카테리나 김(70) 할머니는 선물받은 안경을 쓰고 "작았던 눈이 커졌다. 이제 책도 읽고 TV도 볼 것이다"며 함께 온 친구들에게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대구보건대학이 파르티잔스크를 봉사 장소로 택한 것은 이 마을 주민들의 40% 가량이 고려인인 까닭에서다.

이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차를 타고 3시간이나 가야 나오는 국립 블라디보스토크 병원.

1980년대 후반 구소련이 붕괴하고 자본주의의 물결이 밀려오며 의료시설은 점차 좋아졌지만 반대로 사회 의료 시스템은 급격히 무너졌고 그 만큼 고려인들에게 병원 문턱은 높아졌다.

봉사팀을 이끌고 있는 이 대학 장우영 안경공학과 학과장은 "걱정했던 대로 의료 환경이 열악했고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봉사팀을 찾아왔다"며 "대구보건대학이 봉사를 슬로건으로 하는 대학이니 만큼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해외동포와 의료 취약지역 주민에게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ghwang@yna.co.kr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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