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2010 고백하세요의 연출가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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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기자 = 순간적으로 마음이 저려온다. 박주영(32)의 얘기를 들으면서다. 그가 청각장애자여서가 아니다. 또 서울변방연극제를 통해 이번 주말 선을 보이는 한 작품의 연출을 하는 그가 자기는 친구가 없다고 얘기해서만도 아니다. 어눌한 말씨로 자신이 친구가 없는 이유를 말하는데 왠지 갑자기 가슴이 아파온다.

"제가 친구들 마음이 아픈 것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위안을 해 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가 없는 거예요. 친구들이 왜 없는가 혼자 생각을 해 보았더니 친구들의 마음을 들어주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TV를 통해 본 이산가족 문제, IMF 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의 겪은 고통, 한국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불법체류자들의 외로움을 더욱더 이해하고 싶고 위로해 주었으면 하는 것 같다.

오는 22일과 23일 서울 대학로의 씨어터 디아더 연습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고백하세요는 그런 박주영의 마음이 작품으로 꾸며진 것이다.

소리와 미술개념인 오브제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이 작품은 관객이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

관객들 중 뭔가 토로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마이크를 통해 하고 박주영은 헤드폰을 끼고 듣는다. 물론 그는 실제로는 듣지 못한다. 설정 자체를 그렇게 할 뿐이다.

"2003년에 한국실험예술제에서 (퍼포먼스 형식으로) 이 작품을 처음 하고 집에 가면서 무척 답답했어요. 제가 (고백한)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부대행사로 편지 프로젝트를 넣었어요.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편지를 써서 제가 만든 우체통에 넣도록 하는 거예요. 그 우체통을 집으로 가져가서 편지를 읽고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제 진짜 글씨로 답장을 보낼 거예요."

그는 할 말이 있어도 속 시원히 얘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뭔가를 고백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청각장애를 안고 연출을 하게 된 데 대해 그는 할 얘기가 무척 많은 듯하다.

박주영은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가 있었음에도 유치원 성격의 교육과정 1년만 특수학교에 다녔을 뿐 초.중.고.대학의 전 과정을 일반학생들과 같이했다. 무척 외롭고 힘들게. 중학교 때 미술에 재질을 나타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의 추천으로 덕원예고에 입학해 미술공부를 했고 성신여대에서도 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다닐 때 학교에서도 가깝고 해서 아르코예술극장에 현대무용을 보러 다녔는데 무용수들의 몸짓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가슴 속에서 진동이 느껴지고... 뭐라고 할까.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받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이후 공연에 관심을 갖고 한국실험예술정신(KOPAS)의 문을 두드려 퍼포먼스를 하게 됐다. 2003년에는 실험예술축제인 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해 반투명심포니라는 작품을 연출했는데 청각장애에 따른 의사소통의 문제로 그의 표현으로는 다 말아먹었다.

"그때부터 슬럼프가 왔어요. 소통이 안 된 상태에서 앞으로 연출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중독성이 다가오는 거 있죠. 다시 마음을 잡고 공연형식을 갖춘 거로는 이번에 두 번째 연출을 하게 됐어요."

그는 미술, 현대무용, 음악, 의상 등 예술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무대를 스케치북이라고 생각하고 연출 공부를 더욱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번에 그가 작품을 내는 서울변방연극제는 자유로운 창작정신과 실험정신을 기반으로 10년 전에 시작된 실험연극제다. 올해는 그의 작품 말고도 지난 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대학로의 씨어터 디아더와 마로니에공원을 중심으로 많은 실험작품들의 공연이 이어지며 용산아이파크몰에서도 야외공연이 있다.

상대방의 입술 움직임을 보고 대충 말을 이해하는 박주영은 명함을 갖고 다닌다. 메일주소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도 적혀 있다. 듣지는 못하지만 문자메시지 교환을 위해서다.

인터뷰가 끝난 지 서너 시간이 흐른 후 그에게서 휴대전화 메시지가 왔다. 너무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해 후회가 된다고...

서울변방연극제 공연문의는 ☎02-3673-5575.
kangfa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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