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망선단 울산연안 어업 위협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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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약 유명무실화..조업금지구역 설정해야"

(울산=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권현망선단의 대형 멸치잡이 배들이 울산 연안 지역어민들의 생계와 안전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1일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멸치잡이 조업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선 울산시 북구 강동동의 어민 이상길(55)씨는 어장에 도착하자마자 갑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멸치잡이가 한창인 요즘 정성스레 쳐 놓은 정치망(定置網.set net) 30m가 잘려나가 그물이 온데간데 없었기 때문이다. 그물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띄워놓은 부표는 떨어져나가 멀리 표류하고 있었고, 팽팽하던 어망은 여기저기 예리한 칼날에 의해 싹둑 잘려나가 있었던 것.
잘린 그물로는 더는 조업할 수가 없어 이씨는 그물을 새로 구입해 설치해야만 한다. 그물값만 해도 5천만원이 족히 들고, 설치에 1천만원, 향후 한 달간 그물 교체 등으로 조업을 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비용까지 합치면 피해액수는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었다. 이씨는 곧바로 뱃머리를 돌려 울산해양경찰서에 그물 절단 사건의 수사를 의뢰했다.
◇ "기선권현망 선단은 무적함대"
지역 어민들은 용의자를 타지역에서 조업을 하러 오는 권현망(權現網) 선단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멸치 전체 생산량의 2/3 이상을 이 권현망어업이 차지하고 있다. 울산 연안에서 조업하는 권현망 선단은 주로 경남 통영에 선적을 두고 있는 배들.
이들이 울산 연안에서 무리하게 멸치조업을 시도, 지역어민들이 정치망을 설치해놓은 어장 안에까지 배를 끌고 들어갔다가 그물에 걸리자 이를 잘라내고 달아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역 어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22일 오후 기자가 찾은 울산시 북구 강동동 어항에는 위용을 자랑하는 통영 권현망선단 멸치잡이 배들이 20여 척 정박하고 있었는데, 한 어민은 이를 무적함대에 비유하며 "꼭 덤프트럭이 돌진하다 도로변의 민가를 덮친 후 뺑소니 친 꼴"이라며 "어민들이 24시간 경계근무라도 서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조업금지구역 침범 등 불법행위 성행
울산 어민들이 정치망어법을 쓰는데 반해 권현망 어선은 그물을 끌고 다니며 멸치떼를 잡아올리는 추적어로 법을 쓴다. 수산업법상 정치망어업은 면허사업으로 정치망 보호구역을 배당받는데 이 경우 보호구역을 침범하는 것은 불법행위다. 그러나 권현망선단의 배들이 야간에 몰래 어장을 침범해 멸치떼를 무리하게 잡아올리다 그물까지 끊고 달아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것.
울산수협과 북구청 수산계 등에 따르면 유사한 사례가 최근 몇 년간 1년에 3~4건 이상 일어나고 있다. 관계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건수를 합치면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어민들의 지적이다.
지난 2003년 울산수협과 기선권현망수협은 울산 연안에서 권현망선단이 조업을 함에 있어 상호 분쟁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자율규약을 맺어 시행해오고 있다.
규약에는 "기선권현망어선은 울산 어민들이 선점조업하고 있는 구역 안에서는 조업을 금하고, 조업 중인 연안어선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거리유지는 물론 최대한 저속항해해야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 선박충돌 등 지역어민 안전도 위협
울산수협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권현망선단의 조업금지선 침범 적발로 울산 어민이 피해보상을 받은 액수는 2004년 1천200여만원(7건), 2005년 2천300여만원(13건)에 이른다.
지난 2월에는 울산 지역의 5t급 어선이 권현망선단의 배가 무리하게 조업하는 것을 막기위해 나섰다가 풍랑에 휘말려 어민이 바다에 빠져 해경에 구조되기도 했다.
이처럼 권현망선박과 울산선적 어선이 충돌, 배가 침몰.파손되거나 어민이 다치는 경우도 잇따라 소형배로 조업하는 연안 어민들의 안전도 심각히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 "조업금지구역 설정해야"
이렇게 피해가 빈발하자 지역 수산계와 해당 지자체 등은 유명무실한 현재의 자율협약을 깨고 법적으로 조업지정구역을 설정해 타지역 어선들이 연안에서 조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역 어민들은 "자율규약은 강제력이 없어 이를 무시하고 조업하는 바람에 피해가 크고 사고가 나도 피해보상마저 힘들다"며 "울산연안도 남해안 선적 기선권현망어선들이 조업하지 못하도록 조업금지구역을 설정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울산수협 측도 "권현망조합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니 고발할테면 하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조업금지구역의 법제화만이 울산 연안 어업인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인 북구청 측은 "조업금지구역이 설정되면 경남의 권현망선단의 조업권이 축소되므로 그쪽의 반발에 거세다"며 "자율규약은 울산수협과 권현망수협 간에 알아서 조업권 분쟁을 해결하라는 취지에서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중재안인데 현재 현재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계란으로 바위치는 심정으로 조업금지구역 설정을 지속적으로 해양수산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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