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건 경제 지원"..위기맞은 쿠르드족]

2007-10-30 アップロード · 63 視聴

[쿠르드 주민 PKK 반대 집회, 독립보다는 발전 원해

(스르낙터키=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27일 오전 10시 터키 동부의 접경 도시인 스르낙에는 때아닌 주민들의 함성이 도심 광장을 뒤덮었다.

터키 정부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반대하는 쿠르드족들의 집회다.

터키 동부는 인구의 60% 이상이 쿠르드족이고, 더욱이 디야르바크르, 마르딘, 스르낙, 지즐레 등과 같은 이라크 접경지역은 쿠르드족 비율이 80%에 달한다.

이들 쿠르드족이 쿠르드 독립과 자치 확대를 위해 싸우고 있는 PKK가 물러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PKK 성토 시위인 만큼 광장 한편에는 터키 군 병사들이 테러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폈다.

언뜻 터키 정부에 의해 동원된 듯한 느낌을 주는 집회지만 시위대 동원을 위해 돈을 건네지는 않는다고 한다. 주변 농촌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는 말도 들린다.

이들이 동원됐는지 제 발로 걸어나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터키 동부 지역의 쿠르드족 대다수는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충돌 위기 국면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위에 참가한 한 청년은 "우리를 PKK와 동일시 하지 마라.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쿠르드족들은 20년이 넘도록 계속돼온 PKK의 테러와 터키 군의 응징이라는 반복되는 폭력 사태에 지쳤고,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갈수록 피폐해지는 지역 경제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붉은 색 터키 국기(國旗)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고 외치는 시위대가 진정 원하는 것은 멀고 먼 독립이나 자치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였다.

슈퍼마켓 점원인 메블란 엘텍(20)은 "이 곳에 경제 발전이라고는 없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농사와 목축업에 생계를 의지해왔다. 우리는 공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높은 출산율로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교육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르낙에서 장사를 하는 네딤 바야르(35)는 "10-20명이 간신히 먹고 산다면 50명은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게 이곳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터키 중앙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터키 동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의 낙후된 경제는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 뚜렷했다.

인구 50만명의 동부 중심 도시인 디야르바크르는 터키 서부의 도시들과는 외양부터가 달랐다. 쓰러질 듯 노후한 건물들과 가난에 찌든 도시 하층민으로 넘쳐났고 이 곳에서 이라크 국경 쪽으로 갈수록 사정은 더욱 어려운 듯 했다.

목화밭 농사와 영세한 목축업, 소규모 탄광으로 생계를 잇는 농촌에서 마주치는 히잡(이슬람식 스카프)을 쓴 쿠르드족 여인들에게는 순박함보다는 삶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보면 쿠르드족들의 시위는 터키 정부에 보여주기 위한 시위였다.

자신들을 PKK와 동일시하지 말고 동부 지역에 공장을 세워 먹고 살만 한 일자리를 달라는 호소인 것이다.

쿠르드족이면서도 터키 정부를 위해 PKK와 싸우고 있는 민병대장 하즘 바바트는 "우리가 테러를 반대하고 민족이 나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내외에 정확하게 알려지도록 하자"며 기자들에 대한 취재 협조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에 참석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전체 쿠르드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스르낙과 지즐레 등 접경도시에서 만난 많은 쿠르드족들은 PKK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간단한 인터뷰 요청도 대부분 거절했다.

이들의 침묵 속에서 독립 국가 건설의 꿈과 무장 투쟁을 벌이는 PKK에 대한 소리없는 지지가 들리는 듯 했다.

자신들을 터키 국민이라고 여기고 터키 영토 안에서 정부의 경제적 지원으로 먹고 살기를 원하면서도 다른 한 쪽으로는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자치와 독립의 열망을 삭히고 있는 듯 보였다.
fai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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