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장기투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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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개인 자산에 기초한 사회복지 추구

(런던=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정부 주도의 사회복지 천국을 꿈꿨던 유럽이 달라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앞세운 주요 유럽국가들은 개인의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저축과 투자를 장려하는 제도를 마련, 이른바 전국민의 투자자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유럽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데 반해 각국 정부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더 이상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생활을 지원해주는 사회복지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유럽 각국은 엄청난 세금을 걷어들여 전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던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 이른바 국민 개개인의 자산관리에 기초한 사회복지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개인의 부를 극대화하기 위해 장기투자나 투자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유럽에선 한계에 다다른 정부주도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장기투자가 강조되고 각종 투자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피델리티의 하워드 프라이어 재무담당 이사는 "고령화 사회인 유럽에서는 은퇴 이후를 앞세우지 않고서는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개인 자산을 기반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자산기반 사회복지(Asset- based welfare) 체제로 변신하고 있다.
18일 영국과 프랑스 현지 운용사들에 따르면 이미 영국은 국민 개개인이 생애 전반에 걸쳐 자기 자산에 기초한 사회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인생의 주요 단계(life-cycle)별로 대표적인 저축.투자 수단을 마련해주고 있다.
개인 스스로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대가를 불려 인생의 전환기 때마다 재정문제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여러 가지 제도를 잇따라 도입했다.
유년기를 위한 어린이펀드(Child Trust Fund) 제도, 만 16세 이후 장년기를 위한 개인 종합저축.투자계좌(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s), 퇴직 이후를 위한 연금(Pension) 등이 바로 그것이다.
런던 소재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해외 총괄담당 존 잉거멜스 이사는 "영국은 기업의 민영화와 금융 빅뱅을 거치면서 개인 가계에서 정부 의존도는 최소화된 반면 개인 스스로의 투자에 의존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며 "개인 자산에 기초한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어린이펀드와 ISA 제도가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어린이펀드는 출생과 함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개인 저축.투자계좌로, 정부가 계좌 개설 때 250파운드(저소득층 자녀는 500파운드), 만 7세 때 250파운드를 각각 지원해주고 있다.
영국 정부는 또 부모가 없는 어린이에 대해선 매년 100파운드를 추가 지원키로 한 데 이어 중학교에 입학하면 250파운드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년층의 경우 저소득층을 포함한 전국민의 투자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류층 중심으로 가입이 이뤄지던 개인 종합계좌(PEP)를 보완해 ISA 제도를 도입했다.
ISA는 개인자산을 펀드, 주식, 생명보험, 현금 등에 고루 투자할 수 있는 개인 종합계좌로, 16세 이상의 영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연간 7천파운드(약 1천300만원)까지 거치식 또는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작년 4월 기준 가입자수는 1천600여 만명으로 이 제도의 전신인 PEP(350만명)에 비해 저소득층과 유년층의 가입률이 각각 2배, 4배 높다.
ISA와 PEP의 규모는 각각 514억파운드(94조2천억원), 391억파운드(71조6천억원)로 전체 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달한다.
ISA는 현금.예금, 회사채 등의 이자소득과 자본소득 모두 비과세되므로 투자자는 연말 정산 때 ISA관련 세금을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현금자산과 투자성 자산간 자유롭게 자금을 이동할 수 있어 필요할 때마다 제한 없이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영국 정부는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어린이펀드가 만기가 되면 ISA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제도 변경을 추진 중이며 2008년 4월부터는 기존 PEP의 고객도 ISA로 흡수시켜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ISA의 경우 단일 계좌에서 복수의 회사 상품에 자유롭게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현금 투자한도를 지금처럼 3천파운드로 제한하되 주식 등에 대한 투자 규모는 현재 4천파운드에서 7천파운드까지 확대키로 했다.
영국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 사회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어린이 펀드와 ISA상품에 대해 저축계좌보다 투자계좌 가입을 권유하면서 보완책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정부는 어린이 펀드를 위한 전담 사무소 설치, 전용홈페이지 및 핫라인 구축, ISA 및 안정.관리형 상품에 대한 전용홈페이지 구축 등을 추진해 상품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고령화사회를 대비해 장기간의 투자는 노후를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역할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투자의 장기화를 유도하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고 말했다.
indigo@yna.co.kr

편집: 김해연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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